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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싸워라? - "88만원 세대"

보는 것/문자 책 2008/05/22 09:06

88만원 세대 - 6점
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

 이 책은 조금 복잡하지만 네줄 요약이 가능합니다.

  • 세대간 경쟁에서 힘이 없으므로 20대는 진다
  • 세대간 경쟁 뿐만 아니라 세대내 경쟁을 통해 많은 20대가 희생된다
  • 경쟁에서 떨어진 20대는 비정규직을 나타내는 88만원 세대가 된다
  • 모든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20대끼리 연합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위의 내용만 두고보면 나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단지 마음이 어두워진다거나 쓸쓸하기 때문에 싫은 것이 아닙니다. '왜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1. 세대간 경쟁이 문제다?/상위 세대가 하위 세대의 밥을 뺏어먹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대간 경쟁이 문제인 이유는 10대나 20대에게 돌아가야 할 것을 뺏어 먹는 386세대나 유신세대가 문제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20대를 마케팅으로만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비교적 정확한 지적이기는 하지만, 이 '뺏어가는 사람들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한걸까?', '존재한다면, 과연 누구일까?'라는 의문을 던져보신 분이 계신지요? 이 책에서는 이 질문이 나오면 애매모호하게 답을 얼버무립니다. 분명히 10대, 20대의 상위 세대이므로 386세대나 유신세대라고 봐야할겁니다.

 책 '88만원 세대'에서는 이런 힘을 가진 집단을 뭉개서 표현합니다. 이 정도쯤 되면 가상의 적이라고 불러도 될겁니다. 책에 등장하는 착취그룹은 대단히 잘 살며,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고, 내 주머니에 들와야 할 돈까지 가져갑니다.  

 실제로 따져보면 이 나이에 걸리는 분들은 바로 10대의 부모님들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착취그룹만큼 20대의 상위 세대인 부모님들은 내가 모를 정도로 무지 잘살고 그 재산과 힘을 통해 바로 내 밥을 뺏어먹는 사람으로 바꿔놨습니다. 이 책을 읽고 광분할 우리들의 부모님이 아닌 부자 부모님들이 그러한 것 아닌가요?

 실제 이러한 내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20대 vs 정부, 20대 vs 독점기업, 20대 vs 대기업라는 구도를 가져야 올바른 시아입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20대 vs 30대, 20대 vs 40대와 같은 세대간 대결로 몰고가네요. 세대간 갈등을 지적하기 위해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각을 해보면 자신의 몫을 찾기위해 소리를 치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듭니다. 결국 부모에게 지원을 받아서 사회에 나가라라는 소리로 들리니까요.

2. 세대내 경쟁이 문제다?/88만원 세대 이전 시대에는 경쟁이 없었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옛날에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공식이 있었다더군요. 그렇다면 '그 옛날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는건 정말 쉬웠나?'라는 의문을 던져보는건 그 당시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지금보다 대학교 자체도 적을 것이고, 학과도 적고, 교통으로 인한 통학거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쉬웠다고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합니다. 물론 이는 외적인 부분이고, 경제적인 부분으로 생각해봅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건, 바꿔 말하면 자식을 초중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나서도 등록금을 댈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사실상 경제력을 따진다면 중산층이라고 봐야합니다. 최소한 하층민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세대는 '대학을 들어갈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으니, 내 자식은 반드시 대학에 보내니라'라는 생각이었지요. (지금의 30대 미만의 분들은 이 이유 때문에 자라면서 계속 부모님으로부터 귀따갑게 들었던 소리가 공부하라라는 소리입니다)

 대학에 못 들어가서 불평등(착취)을 받았다고 느낀 분들은 힘을 얻자마자 대학교를 만들고 정원을 늘립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될 수 있는 문의 높이가 대폭 낮아졌지요.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많은 대학교가 있지만, 그 대학교 중에서 대기업이라는 고급 동아줄을 탈 수 있는 대학교는 in Seoul에 해당하는 일부 대학교입니다. 대학교의 수가 늘고 정원이 늘었지만, 그 늘어난 것과 동아줄 잡는 것과는 상관없는데 우리는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말이 되지요.

 결국 늘어난 대학교가 고급 인력 과잉의 원인(?)이라고 하면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다시 한 번 옛날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편안한 삶이 보장되던 그 시절,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밑에서 부터 시작하기(=취업), 또 다른 하나는 위에서부터 시작하기(=창업).

 20대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있다면, 60년대, 70년대에는 당시 20대 노동자 착취를 위한 방제공장이라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전태일 평전에 대단히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밑에서부터 시작하기라고 하지만, 그 때 취직한 사람들 중에서 아직까지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언급한 자료를 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이 부분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키워드 같은 말들이 몇 개 있습니다. IMF 이후에 생긴 '사오정', '오륙도', '명퇴'라는 말이지요. IMF이전에는 이런 구체적인 말은 없었지만, 회사에서 짤려서 나와서사업하다 망했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있었습니다.

 IMF를 거치면서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세대내부 경쟁은 당연히 있었을겁니다. 창업의 경우도 생각해봅시다. 주변에 있는 고깃집이나 다른 작은 가계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장님은 40~50대 분들이 운영하십니다. 이들은 연대하여 아는 집의 물건을 팔아준다라고 하였으니, 이 분들의 가계는 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은 옆집에 있는 가계와 극심한 경쟁을 합니다. (당연히 옆집 가계도 비슷한 또래의 분입니다) 음식점의 경우 3년동안 운영하는데 성공하면(10%미만...) 3~4년 은 쉽게 갈 수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매우 경쟁이 심합니다.


 여기에 사족으로 가정 하나를 해봤습니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IMF가 안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때는 상황이 이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면, 원인은 세대 내의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IMF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이유와 IMF가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부분이 뭔가를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이 책에서 문제라고 지적하는 노무현정부가 아니라, IMF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 이전에 있던 정부들의 문제가 됩니다. 그 이전부터 계속 되 왔던 부의 재분배문제가 IMF를 기점으로 극심화된 것이죠. 따라서, 이 경우가 맞다면 세대의 구분은 유신이나 386 세대 같은 것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IMF전 세대와 IMF후 세대로 나눠야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IMF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0대, 20대가 이렇게 착취받는 인생이라면, 그 때는 '88만원 세대'의 내용이 더 제 가슴에 와닿았을겁니다.


 저는 책의 내용에서 지적하고 있는

10대, 20대가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으로 불안정하다
는 이야기,
10대, 20대가 마주하는 높은 진입장벽을 뒷받침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
부의 재분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
 
는 알겠지만, 그 대상을 조금 명확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군요. 그래야 그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그들을 설득, 내지는 요구를 할 것이며, 불합리하게 뺏긴 것이 있다면 뺏어올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책에서 20대가 싸워야 할 대상이 40대, 50대의 나이를 가진 분들이 아니라, 정치권과 상위 1%미만의 부자들이라고 말해줬다면 책이 재미 없었을려나요? 전태일 평전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편하고 재미있었습니다만... 제가 읽은 '88만원 세대'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네요.
 
 이 책을 통해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여러 상황이 안좋다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시다'면, 그걸로는 좋습니다. 하지만, 이 책 하나만으로 현재 상황을 완벽에 가깝고 명쾌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제학을 세대간으로 확장시켜서 본 시점은 뛰어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IMF 이후의 세계를 표현한 여러 경제학 서적들이 오히려 더 가슴에 와 닫았으니까요.


PS. 이보다 비극적인 경제 상황을 알고 싶으시다면, 2007/11/23 - "신경제 이후"를 권해드립니다.

Tag 88만원 세대, 경제, 독서, 책
트랙백 1 Comment 8

Trackback : http://www.daegul.com/trackback/2511658 관련글 쓰기

  1. Subject 88만원 세대는 결국 20대의 목소리가 아니다.

    Tracked from 바로바로의 중얼중얼 2009/02/03 19:58 delete

    88만원 세대 - 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어느 세대나 한번 읽어볼만 하다. 특히 지금의 20대와 10대는 거의 필수적으로 읽어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 현실분석 자체는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 자체가 현재의 20대가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될 것이다. 그들은 80년대생의 고민을 머리로 이해할 뿐,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기에 해결방안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 속에 있을 뿐이다. 결국..

  1. Favicon of http://somewear.tistory.com BlogIcon 사춘기 소년 2008/05/22 11:38 address edit & del reply

    데굴데굴님, 핵심적인 지적이네요. 정치권과 상위 1% 공감합니다. 요즘 20대는 꿈을 감히 키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8/05/23 10:14 address edit & del

      뭐... 정치권과 상위 1%의 20대는 다릅니다. 꿈을 키우기 좋지요. -_-

  2. Favicon of http://hobaktoon.com BlogIcon 호박 2008/05/22 15:03 address edit & del reply

    꼭 20대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요(--^)
    20대.. 30대.. 40대들도 살기어려워욘.. 흑!

    요즘은 읽어서 신명나는! 힘이 뽀짝뽀짝 나는! 책을 읽고싶어요!
    쪼꼼 우울한건 시로.. ㅜㅜ
    그런책은 없나효? 데굴대굴님^^;;

    •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8/05/23 10:16 address edit & del

      88만원 세대에서 느낀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기도 합니다. 20대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다 어려움을 겪고, 현재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마치 20대만 힘들어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신명나는 책이라면... 소설책 어떠하실련지요? ^^

  3. Favicon of http://byulwind.com/ BlogIcon 별바람 2008/05/22 20:01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고보니 낮은 하인의 자세로 대한민국 국민을 주인처럼 섬긴다는 이명박 정부는 사실 국민위에서 군림하는 부자정부이지요..

    •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8/05/23 10:17 address edit & del

      의외로 그 사실을 잊은 분들이 많으신 듯 싶더군요. 부자 위에 있는 가난한 분들이라... 뭔가 어패가 안맞지 않습니까?

  4. Favicon of http://blue-day.tistory.com BlogIcon blue_day 2008/05/23 09:42 address edit & del reply

    기형적인 사회시스템,,,
    요즘은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더 어려워지는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8/05/23 10:18 address edit & del

      성공에 사실 노력은 사실별 필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운'이지요. 시대운, 사람운을 가지고 있다면 대단히 쉽게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운은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그나마 조절 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근데..... 성공이라는 것이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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